Xelento Remote 2nd : 고민이 필요없는 독일 명품

2023. 1. 27. 17:08잡설

 

처음 이런 오디오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전 B&O A8을 선물로 받고 사용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골판지 같은 포장에 씌여진 처음보는 비대칭적인 B와O가 그려진 브랜드의 밋밋하기만 했던 A8은 별 생각없이 6개월 쓰고나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것 같이 귀가 변해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어떤 리시버를 사용해도 언제나 무언가 1% 부족한 느낌을 받으며 20년이 넘도록 다양한 기기를 사고 팔며 나름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아마 다들 이렇게 무언가 부족한 느낌으로 항상 조금 더 나은 디바이스와 조합을 찾으며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하시리라 믿습니다.

 

아직도 20대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40이 다 되어가다보니 경제적 여유는 좀 더 생겼으나 젊었을때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고 직업에 치이고 가족에 치이며 살게 되었습니다. 가끔 일이 끝나고 유투브에서 좋아하는 오디오 관련 채널들의 동영상을 보다가, 리뷰가 마음에 드는것이 있으면 며칠동안 행복한 고민끝에 와이프 눈치를 보며 구매하고는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셀렌토 2세대 출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법같이 끌려서 허락도없이 어느새 구매를 해버렸습니다.

 

셀렌토 1세대에 대해서 저는 아주 강렬한 추억이 있습니다. 베이어다이나믹의 테슬라 드라이버의 명성은 워낙 훌륭했지만 긴가민가했으나, 귀에 꽂는 순간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쫄깃하면서도 절제된 사운드는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출해야만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 셀렌토의 2세대가 나왔다고 하면 분명 후회없는 구매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150만원이 넘는 고가 명품 이어폰인 만큼, 패키징부터 내용물 모두 완벽합니다. 제일 처음 보이는 문구가 Audible piece of jewellery 인것과 일맥상통하게, 이런 명품은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과정이 명품에 걸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공되는 케이블 2개와 가죽 케이스,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팁은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패키징입니다. 

 

처음 이어피스를 보았을때, 동영상으로 보던것보다 훨씬 더 작게 느껴졌습니다. 셀렌토 1세대의 경우 납작해서인지 조금 크기가 있다고는 느껴졌는데 (또는 그사이에 워낙 큰 이어피스를 많이 경험해서인지) 이번에는 매우 작게 느껴졌습니다. 케이싱 자체가 둥글게 처리되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소재들이 금을 포함하여 온갖 귀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자세한건 잘 모르겠지만 촉감은 최상급입니다. 저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서 이런 금속 소재에 민감한데, 100% 만족스러우며 내가 명품을 샀다는 만족감을 확실하게 줍니다. 

 

 

예전 셀렌토 1세대때도 그랬듯이, 착용감 또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처음 꽂을때 짤깍 하는 진동판이 압력에 눌리는 소리는 여전히 납니다) 저는 일할 때 귀가 불편한 것에 매우 예민하여서 B&O EQ를 소유하고 있지만 에어팟프로을 제일 많이 쓰다가 갑자기 음질이 아쉬울때만 EQ를 가끔 꺼내서 씁니다. 하지만 셀렌토는 귀에 꽂아도 전혀 불편감이 없고,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의 독일차의 시트와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꼈을때 부드럽지만 어느정도 위치를 고정해주며 장시간 착용하여도 부담이 없고 워낙 가벼워서 귀가 잘 아프지 않습니다. (실리콘팁)

 

 

가장 중요한 소리를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봅니다. 저는 리시버 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라이트 유저라서 오래전에 역시나 충동적으로 구매한 SR15를 line out으로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중입니다. 여기에 apple music lossless로 듣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쓰는 현재 기기들 (B&O H95, B&O EQ, Etymotic EVO)에 비해서 매우 강력한 저음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자연스럽게 음며들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노래를 들을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슬리는것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악감상을 한창 할 때에는 해상도 공간감 정위감 등등 다양한 고민을 했으나 이제는 자세한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도 빠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요즘 제가 리시버 비교할 때 즐겨 듣는 이진아의 <계단>을 들었을때에 고급기기 답게 모든 악기들이 잘 분리가되어서 들리고 빠르게 다양한 악기가 겹쳐도 전혀 간섭없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모든 음이 정확하게, 그리고 매우 만족스럽게 잘 들렸습니다. 

 

 

역시 명품이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크게 인상적인 차이는 없는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 다른 리시버들과 비교 청음을 하는 순간 역체감이 엄청나게 느껴졌습니다. 수월우 스타필드 같은 그냥 서랍속에 있던 리시버부터 H95까지 다양하게 비교해보니 테슬라 드라이버가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정말 펀(fun)하게 저음을 잘 울려주면서도 모든 음들이 아주 섬세하고 정밀하게 들렸습니다. 펀(fun)한 리시버들이 과한 양념같은 느낌이 들어서 항상 싫어하는데, 이건 정말 최고급 재료들을 엄선해서 조미료 보다 훨씬 더 맛있는 양념을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기기에서 이런 소리를 내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아 이제 정착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학생때 밴드부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 한창 빠져있었는데 0db님이 이번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 레드핫 칠리 페퍼스를 추천해주셔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추가로 저는 Fun한 리시버인 만큼 (좀 클리쉐인것 같기도하지만)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를 들을때 만족도가 컸습니다. 다른 리시버로 들을때에는 동네 파티에 참석해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면, 셀렌토로 들으니 최고급 호텔 바를 통채로 빌려서 샴페인과 함께 춤을 추는 기분입니다 (제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야기이며 실제로 춤은 추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이정도 가격대에서 상상되는 용도는, 완전 전문가가 업무를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이거나 음악을 사랑하는 경제적 여유가 되시는 분이 순수한 행복을 위해서 사는 두 가지일 것 같습니다. 이 기기는 경제적인 여유가 되시는 분께서 스펙같은거 신경안쓰시고 만족감을 원하시는 경우 구매하시면 맞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셀렌토 2세대는 명성에 맞게 정말 너무 잘 만들어졌고 flat하지는 않지만 만져지는 촉감부터 크기, 외형, 패키징, 그 어떤 면에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테슬라 드라이버를 주축으로 하여 온갖 고급스러운 재료들과 최고급 기술들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주의 사항은 역체감이 심하니 ‘나중에 팔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사셨다가는 평생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될 수 있습니다.

 

** 글은 0db샵에서 진행한 셀렌토 구매 리뷰 이벤트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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